입주자대표 선거 개혁으로 분쟁 해결한 두 아파트
#1. 2011년 7월 11일 경남 양산시 신기주공아파트(2280가구)에선 입주자대표회장 선거가 2군데서 열렸다. 난방 방식 변경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던 주민들끼리 아예 선거를 따로 치른 것이다. 두 명의 입주자회장은 서로 "내가 진짜 회장"이라고 했다. 주민들은 결국 두 달 만에 법원으로 달려갔다. 법원의 결론은 작년 8월 나왔다. '재선거 실시'였다. 법원은 "아파트 자체 선관위 대신 중앙선관위가 선거 관리를 하라"고 했다. 선관위원장이 된 양산시 선관위 박희봉 계장은 '게임의 룰(rule)'부터 바꿨다. 이 아파트의 선거 관리 규정은 불과 4~5개 조항에다 투표 시간·투표일 등만 형식적으로 정해놓았다. 양산시 선관위는 후보자 등록, 선거인명부 확정, 보궐선거 방식 등까지 자세하게 다룬 55개 규정을 신설했다. 종전 선거에선 투표 시간이 4시간 남았는데도 투표소 문을 닫거나, 자격 없는 후보가 등록하고, 선거 당일 후보들이 투표소 코앞에서 선거운동을 하는 경우까지 있었지만, 새 선관위의 엄격한 감시로 이런 일들이 사라졌다. 세대별로 투표 안내 공지문을 발송하는 등 선거 참여를 독려하자 과거 5~10%였던 투표율도 35%까지 올랐다. '선거 개혁'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주민 간 분쟁이 확 줄어든 것이다. 전에는 20~30건씩 있었던 이의신청이 한 건도 없었다. 주민들끼리 소송을 50여건 벌였지만, 새 선거 후 10여건이 합의로 종결되거나 취하됐다. 60% 가까운 국민이 거주하는 아파트는 풀뿌리 자치의 출발선이다. 그러나 상당수 아파트에선 민주적 선거 원칙이 완전히 무너져 내린 상태다. 2011·2012년 서울시에 접수된 아파트 관련 민원 7244건 가운데 31.9%인 2316건이 선거 관련 민원이었다. 주민대표를 잘못 뽑으면 뒷돈 거래·관리비 횡령 등 다른 비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아파트 비리는 잘못된 선거에서 싹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전문가들은 자체 선관위 구성 방식부터 바꿔서 '심판이 선수로 뛰는' 일부터 막아야 한다고 말한다. 각 지자체의 관리규약 준칙부터가 문제다. 준칙엔 입주자대표나 관리소장, 부녀회, 통장, 노인회장 등이 선관위원을 5~9명 추천하게 돼 있는데 이래선 '중립성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주민 추천을 일정 수 이상 받거나 국가 선관위에서 교육을 이수한 사람만 아파트 선관위원을 맡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주택법령에는 단수 후보 출마 시 '주민 과반수 투표, 과반수 찬성'을 당선 기준으로 정했지만, 출마자가 여럿일 때는 투표율 하한선 규정이 없다. 2011년 11월 충남 천안의 C아파트에선 이를 악용한 출마자가 '들러리 후보'와 미리 짠 뒤 투표 당일 중도 사퇴시키는 방법으로 1%도 안 되는 표를 받고도 당선했다. 법령에는 또 부정선거를 해도 제재 규정이 없다. 노원구 S아파트에선 동(棟)대표 출마자가 선거운동 기간이 끝난 뒤에 선거운동을 하고도 당선했지만, 아파트 선관위의 경고만 받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두성규 박사는 "출마 자격 박탈 등의 제재를 법령에 명문화하자"고 말했다. ------------------ 선거 분쟁 예방할 3가지 대안 - 선관위, 모바일 투표 8월 도입 아파트 주민 대표 선거를 둘러싼 분쟁은 주민 피해로 이어진다. 입주자대표회의 기능이 마비돼 꼭 필요한 보수공사도 할 수 없고, 관리사무소에 대한 감독도 소홀해지기 때문이다. 본지가 지난 5월 7일 보도한 서울 송파구의 대단지 E아파트(5600여가구)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 아파트는 지난 4월 초 입주자대표회장 선거 이후 3개월 넘게 법정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개표 결과 단 1표 차이가 났는데 아파트 선관위가 무효로 처리한 1표를 법원은 유효로 보고 가처분으로 입주자회장 당선인의 직무집행을 정지시켰다. 법원 본안 판결이 언제 나올지는 알 수 없다.
그러는 동안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물이 새고, 어린이 놀이터의 놀이기구가 파손되는 등 곳곳에서 사고가 났다. 보수공사를 해야 하는데 공사 업체 선정을 못 하고 있다. 올해 관리비 집행 계획도 못 세웠고, 관리규약 개정도 못 하고 있다. 법원이 파견한 '임시 대표'가 있지만 공과금 납부 승인 등 기본적 업무만 처리하고 있다고 한다. 선거 분쟁으로 인한 소송에 관리비를 부정 집행하는 등 주민 재산권이 위협받는 일도 적지 않다. 선거 분쟁은 '예방이 최선'인 이유다. 주민 대표직을 이웃에 대한 '봉사'로 여기고 주민들 스스로 공정한 선거를 실시하면 좋겠지만, 아파트 현장에서 이를 기대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선거 시스템 개선을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양산 신기주공아파트 등처럼 국가 선관위가 개입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주택법령엔 500가구 이상 아파트는 주민들이 신청하면 국가 선관위가 심사를 거쳐 직원을 파견할 수 있게 돼 있다. 그러나 총선·대선도 관리해야 하는 선관위가 개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 규정이 도입된 2010년 이후 선관위가 개입한 아파트 선거는 18차례에 불과했다. -------------------- 지자체 분쟁조정委… 사실상 '개점 휴업' 서울市, 2년간 6건 남짓 심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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